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초록이 전하는 느림의 언어

by 쏘써니데이 2025. 6. 13.


우리는 점점 ‘빠름’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초고속 인터넷, 즉시 배달, 실시간 소통.
속도는 이제 경쟁력의 상징이고, 느림은 낙오의 표시처럼 여겨진다.
“지금 바로 시작하세요”, “내일이면 늦어요” 같은 말들이 당연하게 들리는 이 시대에,
‘느리다’는 말은 점점 부정적인 뉘앙스를 띤다.

하지만 식물은 다르다. 그 누구보다 느리고 조용하게, 아무런 성과를 자랑하지 않고 살아간다.
매일 조금씩, 아주 천천히 자란다.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변화이지만,

어느 날 문득 보면 키가 자라 있고, 줄기가 두꺼워졌으며, 새잎이 피어 있다.

 

초록의 느림
초록의 느림

 

 

식물은 “지금”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리듬에 맞춰 살아간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정해진 속도가 아니라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식물은 매일 그 존재만으로 말없이 전하고 있다.

우리 역시 그런 존재가 아닐까?
누구보다 빠르지 않아도, 가장 먼저 도착하지 않아도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
그래서 때로는 식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조급한 세상에서 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1.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뿌리의 시간

식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안다.
씨앗을 심었다고 당장 싹이 트지 않는다.
물을 줬다고 바로 자라지 않는다.
심지어 때론 아무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여 “이게 맞나?” 싶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는, 언제나 먼저 뿌리에서부터 시작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흙 속에서 식물은 자신을 지탱할 기반을 묵묵히 만들어낸다.
그 시간은 조용하고, 답답할 만큼 느리며, 인내를 요구한다.
그러나 바로 그 시간이 있어야만 줄기는 흔들리지 않고, 잎은 햇빛을 향해 펼 수 있으며,
꽃은 피어날 수 있다.

우리는 때때로 결과를 너무 빨리 원한다.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좌절하고,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에 불안해한다.
하지만 삶에는 ‘뿌리 내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이지 않아도, 드러나지 않아도 그 안에서 단단해지는 시기.

그 시기를 제대로 겪은 사람만이
비바람이 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
식물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건 결과보다 먼저 다져야 할 토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2. 식물의 존재가 주는 조용한 위로 식물은 말하지 않는다

사람처럼 격려하지도, 위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식물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마음을 다치고 지쳤을 때 누군가의 말보다 더 위로가 되는 건
조용히 나와 함께 있어주는 존재다.

창가에 놓인 초록 식물은 어떤 날엔 무심한 배경 같다가도,
어떤 날엔 깊은 친구처럼 느껴진다.
아무 말도 없지만, 그 존재만으로 하루가 부드러워지고 공간이 숨을 쉬기 시작한다.

왜일까?
식물은 ‘존재’ 그 자체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나처럼 너도 괜찮아.”
“당장 피어나지 않아도, 잘 자라고 있어.”
“느리지만 분명히 앞으로 가고 있어.”

우리는 스스로를 다그치기 바쁘다.
“왜 이 정도밖에 안 됐을까.”
“나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야.”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식물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말보다 더 강한 위로는 존재의 에너지에서 나온다.
식물은 그것을 침묵으로 보여준다.

 

 

 

3.도달하는 삶의 방식

식물은 방향을 안다.
햇빛을 향해 자라고, 물을 따라 뿌리를 뻗는다.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필요한 쪽으로 나아간다.

이런 모습은 우리에게 삶의 중요한 교훈을 준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누구보다 빨리 도착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요즘 우리는 지나치게 빨리 판단하고 결정한다.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질러보자.”
“다들 저기로 가니까 나도 따라가야겠다.”
그런 선택들은 처음엔 성과가 있는 듯 보이지만 쉽게 방향을 잃고, 다시 되돌아오기를 반복하게 만든다.

하지만 식물처럼 살아본다면 어떨까?
조금 느려도, 내 안의 방향성을 따라 움직이고 환경을 읽고 조정하면서
꾸준히, 조금씩 나아가는 삶. 그 삶은 겉보기에 화려하지 않을 수 있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돌아봤을 때 분명히 자신만의 자리에 도달해 있는 삶이다.

식물은 우리에게 말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가고 있고, 자라고 있고,
결국 너만의 꽃을 피울 거야.”

마무리하며: 삶의 속도를 식물에게 배운다
우리는 속도에 익숙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고,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까봐 불안해한다.
하지만 식물은 우리에게 다른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조용히, 묵묵히, 나만의 속도로.
그렇게 매일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빛을 따라 방향을 잡고, 어느 날엔 나도 모르게 꽃을 피우는 것.

그것이 식물이 가르쳐주는 삶의 철학이고,
우리가 배워야 할 느림의 힘이다.